에이원프로는 두산동아와 전력적 제휴를 맺으며 컨텐츠를 대폭 강화하는 한편 기존의 다 기능 시스템을 한 층 강화했으며, 사전 본래의 기능에 대체로 충실했던 샤프전자 역시 컬러 액정과 함께 음악 및 이미지 재생 기능을 채용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렇게 다른 업체의 상품들이 부가 기능과 컨텐츠를 동시에 강화하면서 가격이 30만원을 훌쩍 뛰어넘어 버렸다. 최근의 상품들을 비교해볼 때 아이리버는 그래도 기능과 가격 면에서 어느 정도 적절한 조정점을 찾은 듯하다.
하지만 이번 제품이 전자사전과 MP3플레이어 최초의 결합은 아니다. 사람들이 “이제 전자사전에도 MP3플레이어가 들어갔구나”할 때마다 기존의 전자사전 업체들이 얼마나 홍보에 무관심했는지를 새삼 느낀다. 물론, 학생이나 번역 작업을 위해 특별히 전자사전을 필요로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관심이 적을 수밖에 없지만 홍보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 한번 알 수 있다. 이제 전자사전이 TV CF 광고로도 나가고 다른 업체들도 홍보에 바싹 신경을 쓰게 된 데는 아이리버의 힘이 크다. 그 만큼 시장도 활성화 돼 다른 동종 업체들마저 아이리버의 시장 진입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곤 한다. 아무튼, 전자사전과 MP3플레이어의 결합은 다기능 전자사전의 대명사로 느껴지는 에이원프로가 이미 2003년도 말에 내놓았으며 이북(E-Book), 음성녹음 등의 기능도 들어가 있었다. 게다가 그 모델(AP-701)은 국내 최초의 컬러 액정 채용 전자사전이기도 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최초로 주요 기능들을 결합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만큼 잘 결합하느냐다. 요즘 들어 부쩍 제조사 측에서는 최초를 많이 강조하는 데 비해 소비자들은 그런 면보다는 얼마나 쓸모 있는가를 꼼꼼히 따진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아이리버의 전자사전 D10도 소비자의 유용성 면에서 잘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D10은 ‘딕플(Dicple)’이라는 닉네임을 가지고 있다. 이미 아이리버를 레인콤의 제품 브랜드라고 했으니 딕플을 다시 제품 브랜드라고 하기에는 좀 이상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레인콤이 전자사전 라인업으로 새롭게 내세운 이름이다. 국내 전자사전 중에 닉네임이나 브랜드 명을 갖고 있는 제품은 이전까지 샤프전자의 ‘리얼딕’밖에 보지 못했다. 카시오에서 기존 제품에 대한 닉네임 짓기 이벤트를 여러 번 했었지만 실제 다음 제품을 출시할 때는 모델명으로만 선보였다. 그만큼 브랜드를 만들기란 어려운 것인데 앞으로의 상품들을 전부 규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얼딕은 ‘전자사전은 종이사전보다는 빈약하다’는 기존의 통념을 많이 깨준 브랜드다. 사실, 예전에는 메모리의 한계 때문이었는지 실제 사전의 콘텐츠가 모두 들어가지 못하고 예문 등도 매우 부실했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전자사전을 쓰지 못하게 하는 선생님까지 계셨다. 하지만 지금은 기술의 발전으로 20권이 넘는 사전들을 통째로 얇은 전자사전에 집어넣고 있다. 컨텐츠 양이나 질, 사용 상의 편리성에서 이것이 진짜 요즘의 사전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이제 이러한 사전 본연의 기능은 기본이 되어버린 시대다. 여기에 무엇인가를 플러스 한다면 무엇을 집어 넣겠는가? 아이리버는 본래의 자신 있는 영역인 플레이어를 선택했다. 물론, 이미 말한 바처럼 이러한 시도가 처음은 아니지만 아이리버이기 때문에 얼마나 잘 조화시킬 것인가 이목이 집중된다.
아무튼, 케이스에 넣고 다니다가 전자사전을 꺼내려면 끼어놓았던 이어폰은 일단 빼야 한다. 하지만 음악을 듣는 경우라면 굳이 전자사전을 꺼낼 필요 없이 케이스의 덮개만 열어 외부로 나와 있는 조작 버튼을 통해 재생할 수 있다. 선곡 및 빨리 재생, 음량 등을 모두 외부에서 조작이 가능하며, 외부 LCD도 크기는 작지만 트랙번호 및 재생시간, 재생 모드, 곡명 등 모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MP3플레이어와 FM라디오간의 기능 변환 및 재생 모드, 구간반복, 음향 조절 등을 바꿔주기 위해서는 덮개를 열고 내부의 키패드에서 설정해줘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재생 모드는 키패드의 [M] 버튼을 통해 반복 해제, 한 곡 반복, 폴더 내 곡 전부 재생, 폴더 내 곡 반복 재생, 메모리 전체의 곡 반복 재생 등으로 설정해줄 수 있다. 구간 반복은 [B]버튼을 한번 누른 시점의 재생부분에서 다시 한번 눌렀을 때의 지점까지 반복 재생해준다. 그리고 음향 조절(EQ)은 [B]버튼을 길게 눌러 노멀(Normal), 락(Rock), 재즈(Jazz), 클래식(Classic), 울트라베이스(U.Base), 메탈(Metal) 등으로 바꿔줄 수 있다. 이미 아이리버의 이전 상품들에 채용된 바 있는 익스트림(Xtreme) 3D나 익스트림 EQ 등은 지원되지 않았다. 그리고 가사를 큰 액정 화면을 통해 제공했다면 팝송을 들으며 영어 공부를 하는데도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의 작은 MP3플레이어에도 가사 표시 기능은 대부분 지원하고 있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TV나 인터넷에만 빠져 살다 보니 라디오는 정말 오랜만에 들어본다. 그래도 학창시절에는 라디오 방송을 종종 청취했던 것 같은데… 특히 이른 아침의 들었던 영어회화 관련 방송이 많이 기억에 남는다. 요즘 세대에도 D10의 라디오 기능은 영어 공부에 충분히 활용 가능해보인다. 키패드에서 [MP3] 버튼을 통해 FM라디오로 설정해놓았다면 덮개를 다시 열지 않아도 외부의 재생버튼 만으로 바로 FM라디오 수신이 가능하다. MP3플레이어에서는 앞 뒤 선곡 역할을 했던 두개의 버튼이 이번에는 주파소 맞추는 역할을 하며, 주파소는 87.5~108MHz 사이에 설정해줄 수 있다.
처음에는 퇴근길의 전철 안에서 프리셋(Preset)으로 이미 저장된 방송들의 번호들을 하나하나 검색해나갔는데 방송들이 하나같이 들리지 않았다. 전철 안에서는 몇몇 라디오 방송들이 제약이 있는데 공교롭게도 저장된 방송들이 모두 안됐던 것이다. 그럴 때는 재생 버튼을 길게 눌러 프리셋을 해제한 상태에서 수동이나 자동선국으로 방송을 들을 수 있는 주파소를 찾을 수 있다. 서울 지하의 전철 내에서 89.1, 91.9, 93.1, 97.3, 102.7, 104.5, 105.3(MHz) 등의 방송 주파소가 잡혔다. 프리셋의 번호에 원하는 방송을 저장해 두려면 다시 덮개를 열어야 한다. 프리셋을 해제한 다음 선곡 버튼으로 원하는 주파소를 맞춰놓은 다음, [N]버튼을 길게 누르고 다시 선곡버튼으로 저장할 채널 번호를 지정후, [N]버튼을 길게 누르면 저장이 완료된다. [N]버튼을 길게 눌러줘 들을 수 있는 방송들을 순서대로 자동으로 찾아가며 저장하게 할 수도 있다. 또 한 가지 매력적인 기능이 라디오 방송을 녹음하는 기능이다. 휴대용 음향기기라면 테잎을 껴서 듣는 워크맨밖에 없던 세대라면 이 부분이 더욱 향수를 불러일으킬 듯하다. [M]버튼을 길게 누르면 방송이 녹음되며, 중간에 재생버튼을 눌러줘 녹음을 일시 정지시킬 수도 있다. 학생들에게는 주요한 영어회화나 교육방송 등은 녹음해 두었다가 반복해 들으면 효과적이겠다.
등하교길이나 출퇴근길, MP3플레이어와 FM라디오만큼이나 유용한 기능으로 텍스트뷰어를 꼽을 수 있다. 텍스트뷰어는 외장 메모리 카드에 저장된 텍스트 파일을 보는 기능으로 텍스트 파일은 컴퓨터에서 간단히 메모장을 이용해 직접 만들 수도 있고, 인터넷의 글들을 옮겨 붙이는 방법으로도 충분히 자료를 모을 수 있다.
텍스트는 위, 아래 방향키를 통해 한 줄씩 이동하거나, [2]번 키를 눌러 원하는 페이지로 곧바로 넘어가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페이지를 이동해가며 읽을 수 있다. 그리고 매력적인 것이 읽는 중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바로 사전을 검색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모르는 단어는 [점프] 기능을 통해 블록을 설정해 검색하면 해당하는 단어가 한글이면 국어사전, 일본어면 일한사전, 영어면 영한사전, 한자면 옥편이나 중한사전 등 해당하는 사전에서 의미를 찾아 보여준다.
< D10이 담고 있는 All in All 통합사전 >
전자사전에서 키패드는 종이사전과 차별화되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키 입력을 통해 신속하게 단어를 검색할 수 있는 게 장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D10을 열어본 순간 잠시 아찔했다. 작은 버튼들이 너무 촘촘히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기능이 많아서라는 생각도 해보지만 이건 좀 불편해보였다. 호기심에 몇 개나 되나 세보았더니 이전에 써보았던 카시오 전자사전보다 무려 25개나 버튼이 많았다. 물론, 휴대폰으로 메시지 전송에 익숙한 요즘 세대에게는 아무 문제도 되지 않을 수 있겠지만 손이 큰 성인 남자의 경우 실수로 버튼을 잘못 누를 수도 있으므로 꼼꼼히 잘 확인하며 버튼을 눌러줘야 하겠다.
카시오 전자사전처럼 해당하는 사전마다 일러두기를 볼 수 있게 한 것은 일부 다른 전자사전에는 없는 좋은 기능이다. [1]번을 시프트 키와 함께 누르면 볼 수가 있는데 선택한 사전 전반에 대한 도움말을 볼 수가 있다. 영한사전을 예로 든다면 표제어, 발음, 품사와 어형 변화 등등에 대한 소개가 나타난다. 본격적으로 단어 검색에 들어가면 D10만의 특징이 돋보이는데 [전환]버튼을 통해 검색옵션을 변경해가며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토익사전의 경우에 단어검색과 숙어검색 중 간단히 선택해가며 이용할 수 있는데 이 기능이 없다면 토익 단어사전과 토익 숙어사전으로 나뉘어 있어야 할 것이다. 국어사전에 있어서도 이 기능을 통해 간단히 고어 검색을 할 수가 있다.
영어 단어를 찾다 보면 스펠링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아 애를 먹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에 대비에 전자사전마다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곤 하는데 블랭크 워드(Blank Word)와 와일드 카드(Wild Card)는 가장 흔한 방법이다. 블랭크 워드는 철자수는 정확히 아는데 중간의 철자를 모를 때 모르는 부분을 “?”로 처리해 해당하는 단어를 모두 검색해 보는 방법이고, 와일드 카드는 철자수도 모를 때 “*”로 처리해 검색해 보는 방법이다. D10도 동일하게 이러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으며 이와 함께 제공하는 스펠링 체크 기능이 약간 독특해 보인다. 다른 전자사전의 경우는 사전에 없는 단어를 입력했을 때 비슷한 단어들을 보여주는데 비해 D10은 검색옵션에서 스펠링 체크를 선택해줘서 단어를 적어줘야만 했다.
TTS 기능은 음성을 지원하는 대부분의 사전들이 지원하는 기능이기 때문에 그렇게 특별하진 않다. 음질이나 발음의 정확성도 다른 제품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근데 예문 지정까지 해놓고 문장을 읽게 할 때 [점프] 버튼으로 일일이 영역을 설정해줘야 하는 것은 좀 불편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화면 전체를 읽어주게 할 수도 있게 해놓았으면 싶다. 한가지 D10의 특징이라면 영한사전에는 RS(Real Speak)로 읽어주는 단어들이 있다. RS는 좀 더 육성에 가까운 발음으로 표현해준다.
점프 기능은 전자사전의 빠른 검색과 함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다. 영한사전의 뜻풀이에서 모르는 단어를 마주치면 곧바로 국어사전에서 찾아볼 수 있는 등, 여러 사전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이다. [점프]버튼을 통해 우선 검색할 단어의 영역을 설정해주고 [입력]을 누르면 찾아볼 수 있는 사전 목록이 나온다. 한글은 국어사전, 한영사전, 한일사전, 한중사전, 옥편 등에서 다시 살펴볼 수 있고, 영어는 영한사전과 영영사전을 이용할 수 있다. 설정에서 사용할 사전을 미리 지정해줘서 목록이 나오지 않고 곧바로 검색이 되도록 할 수도 있다. 점프 기능은 무한대로 계속 이용할 수 있으며, 이렇게 찾은 단어들은 목록에 최근 10까지 기억된다. 하지만 점프 기능에서도 약간 아쉬움이 발견되는데 영한사전에서 찾은 단어를 곧바로 영영사전에서 찾을 수 없다는 점이다. 즉, 뜻풀이 중의 모르는 단어는 [점프]기능으로 다시 다른 사전들로 검색해 볼 수 있는데 비해 검색어 자체는 다시 사전을 선택하고 또 스펠링을 입력해야 하는 수고가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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